한국에도 개성 있고 퀄리티 높은 의류를 생산하는 도메스틱 브랜드가 많지만 외국도 만만치 않죠.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 소수의 사람들이 광적으로 따르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브랜드를 발굴하는 것의 가장 큰 재미는 국내에서는 보지 못한 디자인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네요. 해외에서는 유명할 수도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의 귀에는 익지 않은 이름들을 몇 개 언급해볼까 합니다. 다만 깔고 가야 할 전제가 하나 있는데 거의 다 굉장히 고가입니다... 보통 Made In USA 거나 중국이 아닌 타지에서 만들어져 퀄리티는 좋지만 그만큼 원가가 굉장히 높습니다. 이 점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Bare Knuckles 베어 너클즈
이 브랜드는 제이콥 켈러라는 유튜버가 창립한 브랜드입니다. 패션 유튜버 계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올해 기준으로 15만 명 이상의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는 AlwaysFreshApparel이라는 패션채널로 2012년에 시작하였으며 이후 조던 브랜드의 브랜드 스페셜리스트로 까지 자리를 잡게 되지만 패션에 대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불과 몇 달 후 내려놓습니다. 2013년에는 동네 부티크인 Machus에서 매니저로 다음 3년을 일하게 됩니다. 이 샵에서 릭 오웬스와 라프 시몬스 등 하이엔드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되고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고 하네요. 더 나아가 현재 파트너인 콜 맥브라이드와 만나 베어 너클스라는 브랜드를 만들죠. 베어 너클스라는 이름은 영국 드라마 시리즈인 Peaky Blinders의 한 에피소드에서 나온 대사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두 사람 모두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과거의 옷들에서 영감을 자주 받는다고 하네요. 이 브랜드의 디자인을 보면 전반적으로 옷 여기저기 대미지와 워싱 처리가 돼있는 게 매우 빈티지스럽고 워크웨어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게 한눈에 보입니다. 대부분 캐주얼하면서도 포인트가 하나씩 있는 디자인들이 컬렉션을 이룹니다. 제작은 모두 로스앤젤레스에서 한다고 하는데, 이것만이 높은 가격대의 이유가 아닙니다. 원단도 좋고 부자재나 마감처리 등이 굉장히 뛰어납니다. 인기도 많은 편이라서 완판 되는 일이 자주 있고 사람들이 리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Siberia Hills 시베리아 힐즈
대프 올로브스키라는 디자이너의 의해 설립된 브랜드입니다. 매우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가진 애들이죠. 그만큼 괴상하고 신기한 그래픽들이 옷에 많이 붙여져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 칸예랑 만나서 같이 일하자고 했는데 정말로 칸예가 이메일을 줬다네요. 심지어 한 번은 버질 아블로한테까지 cc를 했다죠. 여기서 자신감을 얻었다가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자퇴한 후 인생관과 패션산업에서의 꿈을 다시 바로잡기 위해 두 달 동안 히말라야와 인도를 여행합니다. 이 긴 여정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시베리아 힐스 창립의 바탕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 외에도 라프 시몬스, 알렉산더 맥퀸, 에미넴, 그리고 20세기 영국 아티스트 프랜시스 베이컨 등이 있습니다. 그래픽이나 실루엣만 봐도 랖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아쉽게 문제도 많습니다. 빌리 아일릿의 콘서트 머천다이즈를 맡은 적이 있지만 얼마 안돼 트위터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습니다. 그 당시 후드티에 쓰였던 그래픽은 일본 애니 러브 라이브의 캐릭터인 노조미의 한 팬이 그린 팬아트였기 때문입니다. 결국에는 공적인 사과문을 올리고 후드 티의 판매를 중단시켰습니다. 이 외에도 저작권이 걸려있는 아트웍을 무단 도용하는 사건들이 몇 개 더 있었습니다. 브랜드의 이름조차 옛날 텀블러 블로그의 이름에서 따 왔다고 합니다. 비밀스러운 콘셉트에도 다 이유가 있었던 거군요. 하지만 모든 걸 떠나서 옷이 이쁜 건 팩트인 것 같습니다. 고정 소비자도 상당히 많이 보유한 상태라 솔드 아웃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디자인이 훌륭해도 뒷 이야기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사지 않는 게 맞을까요?
Vu jade
이 브랜드도 위에 말씀드렸던 베어 너클스와 동일하게 켄 리지 마라는 유튜버가 만든 브랜드입니다. 모든 옷을 일본에서 만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옷들의 제작 과정이 자주 나옵니다. 원단부터 바느질까지 신경 쓰면서 만드는 걸 보니 옷의 질이 떨어질 기미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때문에 가격대 역시... 좀 세요;;; 컬렉션을 처음 보면서 바로 생각났던 것이 헬무트 랭의 디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자기만의 취향과 생각을 섞어서 재해석해낸 듯한 옷들이었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풀이지만 뷰자데의 뜻을 이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뷰자데는 데자뷔를 거꾸로 한 단어입니다. 데자뷔가 새로운 것을 경험했을 때 느끼는 익숙함이라고 한다면 뷰자데는 그 반대입니다. 즉, 뷰자데는 익숙한 것을 경험했을 때 느끼는 새로움을 뜻하는 것이겠죠. 제가 느낀 감정과 브랜드 이름과 너무 잘 맞아떨어져서 뭔가 유레카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무슨 신의 탑 베댓도 아니고 브랜드 이름으로 추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허허) 아무튼ㅋㅋㅋ 유튜버가 운영하는 브랜드에서 디자인한 옷이라고 하면 보통 안 좋은 인식이 뒷 따라붙습니다. 퀄리티가 안 좋다는 둥 디자인을 대충 했다는 둥 말이 많지만, 여기서 알려드린 두 브랜드는 그 편견을 깨뜨릴 만큼 의류 제작을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유가 되시면 웹 사이트 구경 가시라고 해드리고 싶지만 현재는 비밀번호로 잠겨 있더군요. 그레이들에 있는 거라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Old Time$ Now
해외에서는 빈티지 티를 찾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천차만별인 때가 많죠. 만들어진 시대의 가치에 더해 희소성이 높을수록 값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소비자들에게 더욱 저렴한 가격에 빈티지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올드 타임스 나우라는 브랜드처럼 말이죠. 비록 그때 그 시절의 옷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즐겨 듣는 음악의 아티스트를 몸에 걸고 남들 앞에서 존경을 표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런 옷들을 바로 오마쥬 티라고 하죠.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아시겠지만 빈티지 스타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옛날 아티스트들만 있는 게 아닙니다. N.W.A나 투팍처럼 올드스쿨 래퍼들도 있지만 요즘에 핫한 트래비스 스캇, 미고스 그리고 저의 최애 에이셉 라키 등도 있습니다. 옷에 붙어있는 아티스트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가격대도 한화 약 3만 원 정도밖에 안 합니다. 만약 어느 특정한 래퍼를 너무나도 좋아하지만 그 사랑을 남들한테 보여 줄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하시면 이 브랜드의 웹사이트를 한번 둘러보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오늘은 이렇게 국내에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 브랜드에 대해서 좀 알아봤는데요, 여러분들이 한 번씩 사이트 들어가셔서 보시면 새로운 스타일들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글을 읽으시고 패션 세계에 대한 시야가 더욱 넓어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에 또 좋은 거 찾아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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