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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이야기

언더커버 Undercover: 세계를 정복한 일본식 펑크 패션

by 인스타커버 2020. 6. 17.

언더커버 Undercover의 디자이너 준 타카하시 ㅣ 출처: 인스타그램 @phx_gallery

안녕하세요! 00입니다. 오늘은 일본의 대표적인 브랜드 중 하나인 언더커버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까 해요. 언더커버는 옷과 패션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귀가 닳도록 들어보셨을 법한 브랜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래퍼 키드 밀리가 로고를 타투하고 노래 가사에도 넣을 정도로 애용하는 브랜드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인지도와 인기로 보자면 패션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혁명적인 브랜드가 아닐까 싶네요. 이미 많은 분들이 이 브랜드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계실 거라 생각하지만 혹시나 해서 저의 형편없는 정보력으로나마 아는 척 조금만 해보겠습니다.

 

Beginnings

언더커버는 1990년에 준 타카하시와 그의 친구, 히노리 이치노세에 의해서 “UNDER COVER”라는 이름으로 창립되었는데요, 그 당시 준은 아직 일본 패션 전문 학원인 문화복장학원에 재학 중이던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문화복장학원은 도쿄에 위치한 일본의 대표 패션학교로 베이프의 니고, 꼼 데 가르송의 준야 와타나베 그리고 요지 야마모트 등 많은 패션 거장들이 거쳐간 곳입니다 ㄷㄷ) 준은 어렸을 때부터 펑크문화의 반항적인 라이프스타일과 패션, 그리고 음악을 우상화하여 언더커버 디자인에 펑크스타일이 많이 투영되게 되었어요. 영국의 펑크 락 밴드 Sex Pistols의 커버 밴드인 Tokyo Sex Pistols의 보컬로도 활동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준이 패션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는 데에는 꼼 데 가르송의 창시자인 레이 가와쿠보의 작품들의 영향이 컸다고 하네요. 타카하시 준이 처음으로 꼼 데 가르송의 패션쇼에 참석한 것은 대학생 때인데, 이때 본 작품들과  ‘아방가르드든 스트릿이든, 창의성은 창의성이다.’라는 레이 가와쿠보의 말에 영향을 받아 패션에 대한 일가견과 신념을 세웠다고 합니다. 언더커버를 시작하기 전 1993년에 베이프의 창시자인 니고와 함께 Nowhere라는 부티크를 도쿄의 하라주쿠에 설립합니다. 이 모든 것이 일본 스트릿 문화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히로시 후지와라의 지도 아래서 이루어지죠. 이 곳이 준이 빛을 보게 되는 첫 번째 장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준이 디자인한 옷과 작품들은 엄청난 인기를 불러일으킵니다. 너무나도 인기가 높은 나머지 준의 디자인들은 당대의 트렌드이자 일본 펑크 문화의 선두주자로 당당하게 자리 잡습니다. 

 

이와 달리 준이 갖고 있던 비전은 신기하게도 스트릿이 아닌 하이엔드 쪽에 더 가까웠습니다. 레이 가와쿠보가 준의 멘토이고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그의 롤 모델이었다면, 메종 마르지엘라는 준이 디자이너로서의 기질을 처음부터 끝까지 선보일 수 있게 해 준 매개체의 역할을 합니다. 그 후 1994년에 도쿄 패션위크에서 첫 런웨이 쇼인 ’ 94-‘95AW를 열죠. 여기서 준은 리메이크의 기괴한 아름다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어디서 본 것 같지만 새롭기도 하고 스트릿과 하이엔드를 완벽하게 섞어 놓은 듯 한 획기적인 스타일을 타카하시 준이 이미 30년 전에 세상에 선보인 것이죠. 도쿄에서 수많은 성공적인 런웨이 쇼를 마친 후 2002년 준은 레이 가와쿠보와의 이야기 끝에 언더커버의 다음 무대를 파리로 정합니다. 파리에서 준은 전설적인 컬렉션으로 널리 알려진 Undercover SS03 SCAB Collection을 내놓습니다. 

 

Undercover SS03 SCAB Collection

Undercover SS03 SCAB Collection의 한 장면 ㅣ 출처: 인스타그램 @aretrodude

 

SCAB이라는 단어는 상처 위에 생기는 피딱지를 일컫는 단어 있는데 이 피딱지를 연상시키는 옷들을 메인으로 선보여서 컬렉션 제목이 SCAB이라고 하네요. 이 컬렉션이 언더커버의 역사에 있어서 결정적이었던 이유는 언더커버의 첫 해외진출이자 평상시 주목받지 못하는 문화들을 패션이라는 개념으로 재해석하여 언더커버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 패션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입니다. SCAB의 테마를 이룬 것들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하나는 펑크 문화의 서브 컬쳐인 크러스트 펑크(Crust Punk)의 반자본주의적이고 반 권위적인 노마드식 삶이고, 또 하나는 Sedition이라는 스코틀랜드 밴드의 Earthbeat LP에서 강조되는 원주민 문화에서부터 비롯된 영적 가르침입니다. 이 두 가지를 접목시켜 패치워크와 마감처리가 되지 않은 밑단, 길게 늘어뜨려진 실밥 등의 디테일을 통해 길들여지지 않은 자유분방함을 표현하며 위의 두 테마의 상징성을 완벽하게 나타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가지각색의 부루카들은 이 당시 9.11 테러의 여파로 디자이너들이 대개 디자인에만 치중하고 자기의 생각이나 정치적 의견을 옷에 반영하지 않는 분위기와 상반되어서 더욱더 파격적이었다고 하네요. 자칫하면 비판의 대상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호전적인 분위기는커녕 관중들은 오히려 뭔가 부드럽고 신비로운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어쩌면 시대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준 타카하시의 진보적이고 도전적인 정신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2009

2002년의 성공적인 첫 해외 런웨이 이후, 준은 지속적으로 더욱더 특별한 작품들로 세계에 언더커버를 알리는 동시에 비평가들의 소리에도 귀 기울이면서 디자이너로서 성장해 나가죠. 2009년 준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남성 패션 플래트폼 중 하나인 PITTI UOMO Immagine 76에 초청받습니다. 이 곳에서 준은 ’ 10SS Men’s Collection을 선보이면서 첫 남성 전용 패션쇼를 주최합니다.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고 하네요.

 

2010

2010년에는 나이키와 협업하게 되면서 “Nike x UNDERCOVER GYAKUSOU”라는 기능성 컬렉션을 발매합니다. 나이키와 가장 오래도록 파트너십을 유지한 라인이라고도 하죠. 이 협업이 시작했을 때 즈음 러닝은 이미 준의 일상생활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활동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준에 대해서 알게 된 나이키는 연락을 했답니다. 준은 기존에 시장에 존재하던 운동복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런 콜라보는 준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운동복을 만들기 위한 최고의 기회라고 볼 수도 있었죠. 갸쿠소는 ‘반시계 방향으로 뛰다.’라는 뜻의 단어인데 공원에서 남들은 시계 방향으로 돌 때 준은 반대 방향으로 뛴다고 하네요. 운동할 때도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하려고 하네요ㅋㅋㅋ. 역시 준 타카하시입니다. 

 

2012

이 해에는 1년 동안 유니클로와 “UU” 프로젝트를 시행합니다. 이 컬렉션은 협업 상대가 캐주얼 브랜드인 것을 고려해서 언더커버만의 특유 스타일은 지니되 더 대중적이고 부드럽게 옷을 디자인한 것 같습니다. 언더커버가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큰 도움이 됐다고 할 정도로 이 프로젝트의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2013

2013-14AW 시즌에는 UNDERCOVER라는 매인 라인보다는 조금 더 무난한 레디-투-웨어 남성라인, JohnUNDERCOVER와 여성라인인 SueUNDERCOVER를 론칭합니다. 유니클로와의 콜라보가 많은 사랑을 받아서 그랬는지 그 콘셉트 그대로 자신만의 라인을 만든 것 같습니다.

 

2015

언더커버 X 슈프림 라인의 대표작 l 출처: 인스타그램 @fashionista.tokyo

드디어 스트릿웨어의 OG라고 할 수 있는 슈프림과 협업을 합니다. 이후 2016년과 2018년에도 컬래버레이션을 하게 됩니다. 이 두 브랜드가 컬래버레이션을 할 때마다 굉장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매번 다른 미술작품이나 영화, 그리고 음악 등에서 소재를 찾아 그래픽을 만들고 티셔츠부터 고가의 가죽 재킷과 패딩까지 디자인하면서 스펙트럼 넓은 컬렉션을 보여줍니다. 

슈프림의 제임스 제비 아도 1년에 한 번씩 영감을 위해서 일본을 방문할 정도로 일본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하네요. 슈프림 매장 자체도 모국인 미국보다 일본에 더 많답니다.

 

2020

올해 SS의 컬렉션을 보면 예전과는 사뭇 상반되게 펑크문화적인 요소들이 조금 약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검은색, 회색, 남색 등 어둔 계열의 단색을 이용한 정장과 코트 등 전체적으로 성숙하고 얌전해진 느낌을 줍니다. 이에 준은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자신이 디자인할 것 같은 옷과 반대되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네요. 이 컬렉션의 작품들은 준이 겪는 내적 갈등들을 다뤘다고도 합니다. 

 

“We make noise, not clothes”

언더커버의 이 슬로건은 ‘옷에는 의미가 있고, 의미가 없으면 천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상에서 옵니다. 준 타카하시는 자신이 어렸을 때 보았던 영화나 들었던 노래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고 이것을 그의 작품에 반영함으로써 펑크는 터프하다는 편견을 깨고 펑크 문화를 우아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항상 반항기가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아름다운 옷을 만들기보다는 문화 자체를 패션 안으로 녹이고 싶었다고 하네요. 언더커버의 몇몇 작품만 봐도 ‘스타워즈’에서부터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 등 디자이너의 취향과 관심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한 예술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자신만의 장르의 스펙트럼을 시험하는 실험정신이 담긴 결과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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